원화 가치 16년 만에 최저,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진짜 이유

요즘 마트 장보기가 두려우신가요?


저도 최근 마트에 들렀다가 수입 과일이나 커피 원두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합니다. 분명 작년 이맘때와 비슷한 물건을 골랐는데, 결제 금액은 훨씬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죠. 이런 경험, 저만 겪는 건 아닐 겁니다. 체감상으로는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기분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바로 '환율', 구체적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이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는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한 원화의 현재 가치


국제결제은행(BIS)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89.0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기준 연도인 2020년을 100으로 보았을 때의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8월(88.88) 이후 무려 1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실질실효환율(REER)이란 단순히 미국 달러에 대한 환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을 종합하고 각국의 물가 수준까지 고려한 지표입니다. 즉, 해외에서 물건을 살 때 우리나라 돈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진짜 환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09년 8월 (금융위기 직후): 실질실효환율 88.88

  • 2025년 10월 (현재): 실질실효환율 89.09 (16년 만의 최저치)


이 수치가 100보다 낮을수록 원화 가치가 저평가되었음을, 즉 해외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원화 가치 하락,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3가지


그렇다면 이렇게 떨어진 원화 가치는 구체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제가 직접 체감하고 있는 세 가지 변화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해외여행 및 '직구' 비용의 급격한 증가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은 역시 해외와 관련된 비용입니다. 저처럼 연말에 해외여행을 계획하셨던 분들이라면 항공권이나 숙소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비싸져서 계획을 수정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똑같은 100달러짜리 물건을 사더라도, 작년에는 13만 원이면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14만 원, 15만 원을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해외 직구 사이트 이용이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장바구니 부담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즐겨 먹는 수입 과일, 빵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밀가루 등 많은 것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이 모든 수입품의 원가가 상승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앞서 제가 마트에서 느꼈던 부담감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3.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화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환율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느끼실 겁니다.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투자자라면, 원화 가치 하락이 오히려 환차익으로 이어져 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이제 막 해외 투자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는 더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환율 시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원화 가치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몇 가지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달러 등 외화 자산 보유: 자산의 일부를 달러 예금이나 달러 연계 금융상품(ETF 등)으로 보유하여 환율 변동의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입니다.

  • 합리적인 소비 계획: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수입품 구매는 잠시 미루고, 국산 대체품을 찾아보는 등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속적인 경제 뉴스 확인: 환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계속 변동합니다. 꾸준히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큰 흐름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원화 가치 하락은 우리 모두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보다는, 현명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실질실효환율(REER)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가 주로 거래하는 여러 나라와의 환율을 교역량에 따라 가중 평균한 뒤, 각국의 물가 수준까지 반영하여 조정한 지표입니다. 특정 통화(예: 달러)에 대한 환율보다 국가 화폐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더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Q.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무조건 나쁜 건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내수 경제에는 부담이 되지만, 반대로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수출 대기업의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Q. 지금이라도 달러를 사두는 게 좋을까요?

A. 투자는 개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 전체 자산의 일부를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권장합니다. '몰빵' 투자보다는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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